한국과 미국의 신구 보수주의 비교2

⓶ 한국의 과거 극우세력인 반공파쇼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연구위원)


1948년 8월 15일까지 남한을 군사적으로 통지한 재조선미육군사령부군정청은 우익단체들을 육성했다. 그 이후 이승만과 군부 독재정권들은 이러한 우익단체를 기반으로 하여 민간 자율이라는 가면을 쓰고 국민들을 전국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관변단체들을 만들어 지원해왔다. 


1946년 11월 30일, 월남한 청년단체들은 서북청년단을 세웠다. 서북청년단은 1948년 4.3 항쟁 당시 제주도민을 학살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서북청년단은 상당수가 미군정과 우파지도자에 의해 경찰과 군대에 편입됐으며 1948년 12월 대한청년단에 통합됐다. 남은 일부는 1949년 10월 18일에 단체등록이 취소되어 소멸됐다. 1949년 6월 당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 간부인 안두희는 백범 김구를 암살했다. 2014년 9월 28일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를 자칭하는 무리들이 세월호 분향소를 철거하려고 난입했다. 그 며칠 뒤 재건위 위원장 배성관은 ‘일베’사이트에 “안두희의 김구 암살은 의거”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한국자유총연맹의 출발점은 1954년 당시 이승만대통령과 중화민국 장제스 총통이 주도하여 조직한 아시아민족반공연맹이다. 이 연맹의 한국 지부가 1956년 설립된 한국아시아민족반공연맹이다. 이 한국 지부가 1963년 '한국반공연맹법'제정으로 한국반공연맹으로 정식 출범했다. 반공연맹은 4.19 혁명 이후 자유당 외곽조진으로 지목되면서 해체 위기를 맞기도 하였으나 박정희 정권 출범 이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시군구 지부를 둔 전국 조직으로 발전하였다.


1989년에는 반공연맹법이 폐지되고 ‘자유총연맹법’에 따라 한국자유총연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법에 따라 한국반공연맹의 모든 권리의무를 한국자유총연맹이 포괄 승계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의 모태는 서북청년단, 대한청년단, 태극단동지회, 건국청년운동협의회, 실향민호국운동중앙협의회 등이다.  자유총연맹은 6·15 남북정상회담을 지지·환영하는 성명을 내는 등 스스로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향군인회는 1952년 예비역 장교들이 지역 내 징병 대상자와 기타 예비역 해당자를 관리하여 동원 체제를 구축하고 국방부 병무행정의 집행을 보조하는 예하 단체로서 출범했다. 1961년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은 재향군인회를 법인으로 하고 정부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대신 국방부장관이 징집, 소집, 방위훈련에 관하여 재향군인회의 협력을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1963년 대한민국재향군인회법은 병역의무를 이행한 국민이 당연직 회원이 되도록 했으며. 회비 규정도 신설했다. 


1969년 박정희 정권이 3선 개헌을 추진하자 재향군인회는 정치개입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250만 재향군인'의 이름으로 개헌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1996년 3월 15일 자 <한겨레>가 보도한 기사 '여, 관변단체 총선 활용 조짐'에 따르면, 신한국당 직능위원회가 향군을 비롯한 9개 관변단체와 선거 협력을 추진했다. 재향군인회는 최대 천만 회원을 보유하고 국가보훈처로부터 100억 이상을 지원받으며 10여개의 회사를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2019년 1월 8일 자 <시사저널> 기사 '부실 경영 향군, 매번 정부 눈치만 본다'에 따르면 재향군인회는 "6000억 원이 넘는 부채를 지니고, 2017년 950억 원 손실을 봤다.


박정희 정권은 농촌근대화와 농민통제를 목적으로 1969년부터 새마을운동을 전국적으로 시행했고 1975년에는 도시와 공장으로도 확대됐다. 1973년 대통령령으로 내무부에 새마을 담당관실을 설치하고 대통령 비서실에 새마을 담당관실을 설치했다.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당시 새마을운동에 대한 정부지원금은 4252억 원, 민간단체의 지원금은 2032억 원에 달했다.


전두환 집권 직후 1980년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에 따라 새마을운동중앙회가 법정 사단법인이 되고 대통령의 친동생인 전경환이 책임자로 선정됐다. 노태우 정권이 출범한 뒤 전경환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았으나 1989년 4월24일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는 통, 리 단위에 23만여 명의 지도자를 두고 있으며, 전직 지도자까지 합하면 2백만여 명이 넘는다. 새마을 금고, 새마을 문고, 새마을 직장새마을 협의회까지 합하면 전국적인 최대 조직이다. 


전두환 신군부세력은 1979년 12월 12일 쿠데타 이후  초헌법기구인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출범시켰고 국보위는 사회정화위원회를 만들었다. 사회정화위원회는 정치인 등 5천여 명의 공직자를 구속하거나 퇴출시켰으며 3만 8천여 명을 삼청교육대에 강제 입소시켰다. 또한 사회악 일소라는 명목으로 5만 7천여 명을 검거했다. 사회정화위원회는 전두환 정권의 사회통제기구 역할을 하다가 1988년 내무부 산하업무로 흡수됐으나 1989년 4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라는 관변단체로 부활했다.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는 노태우 정권의 사회통제기구로서 운영됐다.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는 199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육박전을 펼치며 날치기 통과시킨 바르게살기운동조직육성법에 의해 공식적인 관변단체로서 출범했다.


1988년 163명의 의원들이 새마을운동조직육성법폐지법안을 발의했고, 그 이후 1993년, 1996년 등에도 이러한 관변단체 폐지 법안이 발의됐다. 김영삼 정부는 감사결과 관변단체 정리계획을 수립했으나 대선을 1년 앞둔 1996년 이들 3개 단체에 수십억 원씩 지원했다. 


김대중 정권에 의해 최초로 정권교체가 된 후 1999년 공익적 사업을 하는 비영리민간단체를 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중앙회, 한국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등 세 단체는 별도의 특별법에 따라 다른 민간단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특혜와 지원을 받고 있다. 


해방 직후 우파들이 일본 통치 시기부터 존재해왔던 좌파성향의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에 대항하여 1945년 대한독립촉성전국청년총연맹을 결성했다.  이 연맹은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를 견제하려는 미군정청의 비호아래 1946년 대한독립촉성전국청년총연맹(대한노총)으로 전환됐다. 이 단체는 이승만과 김구 등을 고문으로 하여 반공과 노사협조를 지향하였다. 1948년 정부 수립 직후 이승만 대통령은 스스로 대한노총의 총재가 되어 그해 대한노총을 대한노동총연맹으로 전환토록 하였다. 


1959년 대한노총에서 전국노동조합협의회가 떨어져 나왔으나 반공과 노사협조 노선은 변함이 없었으며, 양 조직은 1960년 4.19혁명 이후 민주화 분위기 속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으로 통합하였다. 한국노총은 5.16군사정변으로 일시적으로 해산되었으나 바로 군사정부에 의해 재구성됐다. 한국노총은 1987년 민주화 이전까지 군사정부의 비호아래 민주노조운동을 방해하고 경우에 따라서 정부 및 사측과 협조하여 노동운동을 탄압하기도 했다. 

트럼프 내년 상반기에 북미정상회담 추진 가능성 높아

바이든과 트럼프 대선후보 확정, 대선공방 본격화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3월 12일 조지아주와 미시시피주, 워싱턴주 등에서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프라이머리를 진행했다. 바이든은 대의원 3천934명 중 2천101명을 확보했고, 트럼프 역시 2천429명 중 1천21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대선후보로 사실상 결정됐다. 공화당은 오는 7월, 그리고 민주당은 오는 8월 각각 밀워키와 시카고에서 전당 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를 공식 선출한다. 


양당의 대선후보가 조기에 결정됐기 때문에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선경쟁 역시 예년보다 빨리 시작된다. 트럼프는 선거캠프와 정책진을 구성한 후 불법이주를 차단하는 국경 관리,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 지원, 북핵 문제 등에 대해 바이든에게 맹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입장에선 이스라엘을 설득해서 전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양측을 중재해서 협상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경제가 좋은 것은 바이든에게 유리하지만 고금리로 인한 고통이 크기 때문에 금리인하 시기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2020년 퇴임 당시 정책기조를 유지하되 변화된 조건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바이든의 정책을 대부분 뒤집을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등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추진되고 그 결과 한미관계도 일정부분 혼란기를 거쳐 조정된다. 


트럼프의 대북정책라인인 프레드 플라이츠 (Frederick Fleitz, 전 백악관 NSC 비서실장)는 지난 3월 16일 방송 대담에서 “대선직후 2025년 초에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퇴임직전까지 추가적인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움을 받고자 10월 깜짝쇼를 준비했지만 코로나 확진과 이후 코로나봉쇄로 인해 정상회담이 무산됐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에 걸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위로의 전문을 보낸 것으로 볼 때 양측의 정상회담은 구체적인 준비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하노이 회담이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양측 모두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바이든 시기 북은 핵무력을 고도화, 다종화하고 대량화 단계에 진입했다. 또한 헌법에 핵무장국가로서 위상과 사용원칙을 명기했다. 


이런 사정으로 볼 때 하노이회담에서 논의된 북핵 폐기는 북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이므로 더 이상 정상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다. 북은 핵무장국가로서 지위를 내세워 미중러 수준의 핵통제, 즉 북미간 핵전쟁을 막는 국제법적 장치에 대한 논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로서는 일단 북미정상회담을 깜짝쇼로 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북핵 폐기론은 국내 여론용으로 유지하되 협상의제는 북햭 폐기라는 빅딜에 도달하기 위해 과도기적 조치, 즉 스몰딜로 국한할 수 있다. 


북핵 인정한 군축 회담하면 남 핵무장론 수면 위로


트럼프의 입장에선 바이든 정부의 정책실패로 북이 완전한 핵무장국가가 됐다면서 바이든 정부에게 책임을 돌리면서 일단은 북미간의 핵전쟁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합의를 의제로 제시할 수 있다. 여기에 북은 장거리미사일 등 핵관련 전략무기의 실험과 시험을 중단하고 핵탄두의 보유량을 제한하는 양보책을 내놓을 수 있다. 미국은 북미정상화 등 부담스런 의제를 피하는 대신 북에 대한 주요한 경제 제재를 풀 수 있다.


북의 핵군축과 미국의 경제제재의 완화는 최근 바이든의 백악관과 국무부에서 언급되고 있는 ‘중간단계’의 가능한 시나리오이다. 문제는 핵군축 협상이 되면 북을 핵무장국가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므로 남한에서 핵무장론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 과거 박정희가 미국 몰래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다면 북핵이 공식화되면 남한의 보수정치권은 미국을 상대로 공개적인 핵무장의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다. 



미국은 남한의 핵무장에 절대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해왔다. 일본을 자극해 핵확산이 우려되고 타이완, 사우디아라비아 등 우방국가들의 핵무장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남북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남한이 미국에 국방을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다. 주한미군 철수 여론이 한국과 미국에서 대두되고 남한을 대중, 대러 봉쇄기지로 사용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훼손된다. 


문제는 트럼프가 다른 대통령과 달리 남한의 핵무장에 대해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동맹국이 핵무장을 해서 스스로 억제력을 갖게 되면 미국이 굳이 비용을 들여 핵우산을 제공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6년 4월3일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중이던 트럼프는 “한국·일본이 핵을 갖고 북핵에 대해 스스로 방어에 나선다면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같은 시기 <뉴욕 타임스>와의 외교·안보 분야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과 한국이 북한이나 중국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보유하는 것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것이 두 나라가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것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핵 인정하고 핵군축 협상 시작하나?

북조선이 대한민국을 국가로 인정하였으나 대한미국의 통치권이 북에 미치지 않으므로 남한이라고 지칭하고 같은 논리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통지권이 남한에 미치지 않으므로 북조선이라고 지칭합니다. 


대선 직전에 2개의 전쟁+ 2개의 대치에 몰린 미국

1. 북조선의 핵무기 다종화 고도화 대량화

북조선은 미국본토, 괌, 일본, 한반도,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전략, 전술핵무기를 개발했다. 다탄두 각개 재돌입 발사체(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극초음속미사일, 고체연료, 회피기동, 핵어뢰, 핵무인잠수정, 군사위성 등 고도화된 핵무기도 개발한 상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이미 배치됐고 핵잠수함은 설계를 끝내고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항공모함은 지정학적 이유와 실효성을 볼 때 북에게 불필요한 무기이다. 

600㎜ 초대형방사포, 무인수중공격정 해일, 화살-2 순항미사일, 화살-1 순항미사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KN-24·KN-25,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8종의 투발수단에 장착하여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탄두를 화산-31로 표준화하여 대량생산체제가 예상된다. 

국내외 북조선 관련 전문가 단체는 북조선의 핵 탄두 숫자에 대해 2023년 기준 최소 30발 최대 90발로 추정하고 있다. 북조선의 핵탄두 목표량은 현재 중국의 4~5백 발 보다 다소 적은 300 발이며, 20230년까지 160 발을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속도라면 매년 7~8개의 핵탄두를 배치할 수 있으나 우라늄과 플루토늄의 농축 능력을 확장한다면 핵탄두 증가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 


2. 한미 북조선 핵무기 배치 기정사실화

윤석열 정부는 북조선의 핵무기 배치에 대응하여 미국에게 유럽식 핵공유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미국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라는 요구도 있으나 미사일이나 비행기를 이용해 한반도 인근에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미국은 소극적이다. 한미 양군은 3월 4일부터 14일까지 한반도에서 북의 핵무기 사용을 전제로 한 한·미연합군사연습 ‘프리덤실드’를 실시한다. 

미국의 북조선 비핵화가 실패했다는 점을 한미 모두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핵무장을 한 북조선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단계적 핵무기 폐기, 핵군축, 핵 억제력 강화를 통한 핵 대결 유지 등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북핵 문제를 쟁점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바이든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3. 미국 비핵화 정책 후퇴 가능성 시사

미국의 북핵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 CVID)이다. 북조선이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을 협상의제로 삼으며, 다만 단계적 폐기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대북정책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북조선과 20여차례의 물밑 접촉을 하면서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설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북조선은 미국과의 대화를 거부한 채 핵무기의 다종화, 고도화, 대량화에 전력을 쏟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 버금가는 핵무장 국가로 신속하게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023년 12월 13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통해 재집권하면 ‘북핵 동결’의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는 거래를 추진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협상의제가 핵 폐기 자체가 아니라 핵무기 개발 중단, 배치중단, 확산 중단 등 핵 군축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즉각 부인했다. 

지난 3월 4일 서울에서 열린 ‘중앙일보-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 2024’ 특별대담에서 온라인으로 참여한 미라 랩-후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의 목표는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이지만 비핵화로 가는 과정에서 역내와 세계가 보다 안전해질 수 있다면 북핵의 위협을 감소하는 중간 단계(interim steps)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3월 5일 워싱턴DC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정박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겸 대북특별부대표가 전날 선임보좌관이 언급한 중간단계를 재확인했다. 특히 북조선에게 핵 폐기 이전에 핵동결 혹은 핵군축 의제로 삼을 대상에 대해 전술핵무기에 들어가는 고체 연료, 초음속 미사일, 무인잠수정(UUV, Unmanned Underwater Vehicle) 등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미 백악관 NSC 대변인은 중간단계에 대한 중앙일보의 질의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하는 동안 북조선과 가치 있는 여러 대화를 모색할 것이며, 이는 한반도에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의 위험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역시 북조선의 비핵화 과정에서 중간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달라진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4. 중간단계의 의미

중간단계는 최종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고 강조하지만 실제 협상에서 핵 동결에 보상을 제공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스몰 딜이나 잠정 합의(interim agreement)이다. 최종 목표를 비핵화로 설정하지 않는 '위협 감축 논의'는 자칫 북조선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군축 협상'이 될 수 있다. 

미국이 대통령부터 고위급 실무자까지 북조선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하겠다고 북조선에 지속적으로 신호를 보낸다는 점을 볼 때 이러한 발언들은 미국의 목표는 북조선의 비핵화이지만 실제 협상테이블에 올라가는 협상의제는 그 전단계인 동결이나 군축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중간단계의 의미가 미국의 정책전환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워싱턴은 정책변화가 아니라고 파문을 축소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도 5일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과 동일한 취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기존 정책이나 한국정부의 입장도 북조선이 핵무기 폐기에 동의해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처음부터 협상의제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이며 이 원칙에 합의하면 이를 달성하는 단계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은 북조선의 핵무장 속도를 늦추거나 전쟁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면 핵 폐기가 의제가 아니라고 해도 그 부분에 대해 북조선과 협상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5. 전망

1) 핵전쟁 훈련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조선 달래기

북조선이 최근 남한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전쟁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남한을 타격할 수 있는 각종 전술핵무기를 시험 발사하면서 미국과 외신들은 한반도에서 전쟁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한미가 핵전쟁을 대비한 군사훈련을 강행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군사적, 재정적으로뿐만 아니라 대선 여론에서도 곤혹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북조선이 군사적 행동을 할 경우 미국이 쓸 수 있는 여력이 별로 없다. 여기에 중국이 대만에서 충돌을 불사하면서 북조선과 보조를 맞추면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재앙이다. 트럼프가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바이든의 개입정책을 비난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의 고위층들이 잇따라 북조선의 군사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낸 것일 수 있다. 즉 미국이 실제로 핵동결이나 핵군축을 대가로 제재 해제, 군사훈련 중단 등 대가를 제공할 생각이 없으면서 위기를 모면할 꼼수일 수 있다. 


2) 핵동결 혹은 핵군축 회담 수용

북조선의 완전한 비핵화는 북조선이 그럴 의도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점. 주한미군 철수와 체제보장 및 관계정상화 그리고 경제적 보상 등 북에 상응할 만한 대가를 줄 수 없다는 점, 북조선이 핵무력을 사실상 완성했고 적대적 조건에서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미국 조야에서 비핵화는 실패했고 단지 핵전쟁의 가능성을 통제하는 핵군축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재선가능성이 높은 트럼프가 북조선의 핵 문제를 다시한번 자신의 쇼를 위해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국내 문제는 불법이민자, 국외 문제는 명백한 보상과 국익이 없는 해외 개입에 반대하는 것이다. 특히 전임자의 대외정책을 비판하면서 반대의 노선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즉 진척이 없는 바이든의 북핵에 대한 정책을 비판하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이 된다면 자기가 북과 조성한 협상분위기를 바이든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북조선이 핵무장을 완성했다고 바이든 정부를 비난하면서 미국의 목표는 북핵 폐기이지만 당장은 핵전쟁 위협을 없애야 한다면서 협상의제를 핵동결 내지 핵군축, 핵통제로 제시할 수 있다. 즉 빅딜은 현재로서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당장 협상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북조선과 핵문제를 타결하려는 명분 중 가능성이 있는 것은 가망성이 없는 북핵 폐기보다는 북조선과의 ‘빅딜’을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한 뒤 현재 중국의 편에 서 있는 북조선을 중국 견제의 첨병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대중국에 집중하기 위해 중국의 동맹인 북조선을 관계개선을 통해 중립화하겠다는 것이다.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수교한 키신저의 해법이나 중국을 경제하기 위해 교전국이었던 베트남과 우호관계를 맺은 것도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다. 

북조선의 입장에선 미국이 우크라이나, 가자, 대만 문제로 강경책을 쓸 수 없는 지금 신속하게 핵무장을 완성하여 실질적으로 중러와 같은 핵무장 국가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 이후 트럼프가 핵동결, 핵군축, 핵통제 협상을 제안해 온다면 실리를 택하면서도 핵무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북이 핵무장을 완성하여 미국 본토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다고 미국 유권자에게 각인시킨다면 어떠한 미국 대통령도 핵전쟁을 통제하는 협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신구 보수주의 비교1-⓵ 미국의 네오콘과 트럼프주의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연구위원)

1. 소련 붕괴 이후 신보수주의 노선 분화


공산주의 붕괴 이후 보수주의자들은 앵글로 섹슨, 개신교, 미국식 정치체제 중심의 세계 지배질서를 유지하고 확산하는 것을 공동의 목적으로 삼고 있지만 그 방법에 있어 약간 다른 입장을 지니고 있다. 


어빙 크리스톨과 진 컬크패트릭(Jeane Kirkpatrick)로 대변되는 현실주의(Realist)는 냉전 이후에도 미국의 세계경찰로서 역할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필요하다면 미국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동맹이 반대해도 국제분쟁에 미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일방주의와 고립주의 노선을 채택한다. 


무라브직(Johshua Muravchik), 덱터(Midge Dector) 등 다수의 신보수주의자들이 속해 있는 민주적 세계주의자(democratic globalist)들은 미국의 역할을 미국식 민주주의를 세계에 확산하여 민주주의 제국을 건설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미국은 십자군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공산주의 대신 권위주의를 인류의 적으로 삼아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을 부추기는 바이든의 정책과 유사하다. 


마지막으로 민주주의 확산이 목표이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서구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민주주의 중심국가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미국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제3세계에 대한 개입정책보다는 유럽이나 전통적인 민주주의 동맹국가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2. 네오콘의 역사적 진화


미국의 전통적인 보수는 반공산주의, 인종차별주의, 기독교 복음주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네오콘이라고 불리는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s)’는 기존의 보수주의자들이 아니라 새롭게 등장한 보수주의자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처, 레이건과 같이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이 새로 부상하는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와 다른 개념이다. 보수적 유대인 집단, 기독교 근본주의, 군산복합체제론자 이외에 우파로 전향한 새로운 그룹이다. 


네오콘이 노선적으로는 레오 스트라우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네오콘의 인적 수혈은 반공좌파에 의해 가능했다. 트로츠키주의에서 전향한 어빙 크리스톨(Irving Kristol)이 네오콘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트로츠키주의 반공좌파는 노먼 포더리츠(Norman Podhoretz)가 편집자로 있던 친유대주의 저널 코멘터리(Commentary)에 학문적 뿌리를 두고 있다. 


남궁곤(2004)에 따르면 주로 트로츠키주의자였던 반공좌파들이 민주당 좌파를 거쳐 공화당 강경파로 개종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이들의 등장 시기는 뉴딜 시기에 사회주의 정책을 주장하는 트로츠키주의가 미국에 수입되면서 스탈린주의와 대립했던 1930년대 말이다. 이때 어빙 크리스톨을 비롯한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뉴욕시립대학에서 반소좌파 그룹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당시 뉴욕시립대학에 스탈린주의자들이 트로츠키주의자보다 세 배 정도가 많았기 때문에 트로츠키주의자들의 반스탈린 투쟁은 강경했다. 이들은 스탈린과 연합군을 형성하여 독일 및 일본과 전쟁을 치르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소련 지원 정책에 비판적이었다. 


이들의 첫 번째 개종 시기는 청년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민주당 좌파로 진입하기 시작하던 1960년대 후반이다. 이들은 공공성을 강조하는 수정자본주의 정책을 주장하면서도 소련과 공산주의를 비판하지 않는 자유주의 지식인을 용공이라고 공격했다. 공산주의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중도 우파로 개종한 셈이다. 


이들은 한국전쟁, 월남전을 공산주의에 대한 십자군 전쟁으로 규정하면서 민주당 성향의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베트남 반전운동에 염증을 느꼈다. 이들은 대외적으로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 미국의 전통가치, 엘리트 역할, 시장 등의 보수적 가치를 주장했다. 


1976년 이들은 다른 민주당 보수진영들과 함께 헨리 잭슨(Henry Jackson) 후보를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지하였지만 자유주의 성향의 카터에게 패배하였다. 카터 대통령 시기에 국내 경제가 어려워지고, 대외적으로 이란 인질사건, 니카라과 좌익 혁명, 소련의 아프간 침공 등 미국의 위상이 추락했다. 카터의 우유부단함에 실망한 이들은 공화당으로 다시 개종했다. 


공화당 내에서 이들은 레이건 시대에 행정부에 진입하면서 신보수주의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네오콘 성향의 학자들이 정치에 입문하면서 고위직이 진출해 네오콘 세력을 형성한다. 어빙 크리스톨과 마찬가지로 유대계 시카고 출신인 리차드 펄(Richard Perle)과 폴 월포위츠(Paul Wolfowitz)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미 레이건 시대에 폴 월포위츠는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리차드 펄은 국방부 지구전략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아들 부시 즉 조지 W. 부시 대통령 임기 초반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한 이후 네오콘들이 미국의 최고정책결정권에 영향을 미치면서 화려하게 등장했다. 2004년 부시 대통령의 재선 과정에서 신보수주의자들은 보수 기독교, 체니(Dick Cheney) 부통령이나 럼스펠드(Donald Rumsfeld) 국방장관 등 전통적인 보수주의자들과 연합했다. 신구 보수주의자들은 1997년 신보수주의 핵심 문서로 꼽히는‘새로운 미국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 Project for New American Century)’성명을 주도했다.  



3. 트럼프주의


트럼프주의는 우익 포퓰리즘, 국가 보수주의, 신민족주의, 신파시즘과 같은 광범위한 우익 이데올로기로 구성되어 있다. 청교도적인 금욕주의, 소수자와 외국인 혐오, 인종차별, 기독교 민족주의자, 보호무역, 반페미니스트, 주류 언론에 대항하는 음모론과 가짜 뉴스 등을 포함한다. 트럼프주의자는 권위주의를 따르며 대통령의 권한이 헌법이나 법치주의에 의해 제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기존 매체를 혐오하고 소셜미디어 등 신매체에 의한 대중 선전을 중시한다. 엘리트 정치에 식상한 대중들을 선동하여 기존 정치권 전체를 공격한다. 


트럼프는 개인숭배와 집단최면의 대중전술을 구사한다. 2020년 10월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 무소속자의 58%가 자신을 공화당보다는 트럼프 지지자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원 4명 중 3명은 대선 개표 조작 등 음모론을 믿고 있으며 거의 절반이 대선 결과를 최종 발표하는 국회 공격에 대해 묵시적 지지를 표시했다. 


외교는 국익에 철저한 고립주의 노선이나 국익에 부합한다면 예외적인 개입을 허용한다. 따라서 외국 분쟁에 대한 개입을 반대하며, 나토와 아시아동맹에 대한 비용지출에 반대한다. 동유럽, 대만, 한국 등 외국에 개입할 때는 상대방에게 분명한 대가를 요구한다. 


미국에서 사양산업인 전통적인 굴뚝산업의 자본가와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 백인의 블루칼라는 경공업은 중국, 첨단산업은 미국이라는 미국 기득권의 신자유주의 전략의 피해자이다. 따라서 국제분업에 반대하며 전통적 산업국인 중국, 한국 등 공업국가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본다. ‘마가’(MAGA)는 트럼프의 2016년 대선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약자이다. 이는 미국의 세계경찰의 지위를 강화하기 보다는 미국 국내 문제,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의미이다. 


유럽에서 중동전쟁에 따른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하듯이 미국에서 중남미의 사회적 경제적 난민이 유입에 반대하는 외국인 혐오증이 증가한다. 이주민과 불법체류자는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가난한 백인과 경쟁하기 때문에 저학력 백인들은 국경 봉쇄를 요구하는데, 트럼프가 강경론을 펼치면서 백인노동자의 지지를 얻고 있다. 엥글로색슨 계열뿐만 아니라 라틴계열 중 미국의 시민권을 얻어 백인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경우도 트럼프를 지지한다. 


트럼프는 미국의 기독교 전통을 옹호한다. 백인, 기독교, 육체노동자가 트럼프의 지지기반이다. 2016년 선거 출구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26%가 자신을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으로 식별했으며 그 중 4분의 3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했다(Pew Research Center).


중동난민으로 몰살을 겪는 유럽에서 극우정당이 급성장하고 그 일부가 정권을 잡는 것에서 보듯이 트럼프주의는 신파시즘의 형태로 유럽에서 먼저 등장했다. 경제위기, 조직범죄로 정치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남미에서도 트럼프와 유사한 신파시즘적인 극우정당들이 성장하고 있다. 


참고 

- 남궁곤. 2004. "미국 신보수주의의 정치적 의의와 연구경향."한국사회과학 제26권 제1∙2호(2004: 3~35)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원


북이 남에게 전술핵무기를 쏠 수 있다?

1. 핵무기에 대한 이해


1) 전략핵무기는 단 한발을 맞더라도 3-4백만의 아군과 적군의 민간인까지 모두 같이 공멸하는 무기이다. 내가 한 발도 안 맞고 상대방의 모든 핵무기를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제거해야 한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은 핵탄두를 각각 2만 ~2만 5천개를 가졌고 단 한번으로 공격으로 상대방과 그 동맹국의 핵무기 및 식별이 의심스런 가짜 핵무기까지 제거하고자 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하늘, 땅, 바다 속에 24시간 발사체계를 갖추고 선제공격의 경우 소련의 발사 징후가 보이면 1500발을 한꺼번에 발사하도록 돼 있다. 소련에게 선제공격을 당했을 때 핵 무력의 1/3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보복으로 남은 모든 핵을 발사하도록 돼 있다. 이런 공멸의 법칙으로 미소간에 핵전쟁은 일어날 수 없었다. 

실제로 미국의 핵미사일 1발이 소련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경보가 울렸으나 소련의 방공사령관이 모스크바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핵전쟁에서 보복을 고려할 때 1발을 쏘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핵무기는 쓰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포용으로 만드는 방어용이다. 헨리키신저는 핵무기와 대외정책이라는 논문에서 전략핵무기를 지닌 국가는 모든 나라와 불가침조약을 맺은 것과 같다는 평가를 했다. 오늘날 미국과 러시아는 발사 가능한 핵탄두를 1500개 내외로 배치하고 있으며, 전쟁억지력을 지니려면 수소폭탄급이라도 미국에 대해서 최소 400여기를 배치해야 한다. 중국, 북이 10년 내 그 정도 비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상대방의 선제공격에 보복용 핵무기를 보전하려면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 


2) 전술핵무기의 등장과 퇴장


핵무기의 파괴력은 재래식 무기와 비교가 안 된다. 따라서 전투의 효율성을 고려해 실전에 쓸 수 있는 소규모 전술핵무기가 미소에 의해 개발됐다. 첫째 미소는 재래식 무장도 최강이라서 비핵무장국가에서 전술핵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둘째 미소간에 전술핵을 사용하면 점점 더 큰 전술핵을 사용하고 결국 보복전으로 이어져 전술핵은 전략핵을 불러온다. 이는 공포용이라는 전략핵무기의 존재가치를 상실케 한다. 결국 미소는 서로에게 단 한번도 전술핵을 사용하지 않았으며, 전술핵의 이러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점차 폐기하고 최소부분만 보유하게 됐다.


2. 북의 남에 대한 핵무기 사용가능성


전술핵무기로 주요 지휘부, 군사시설, 발전소 등을 공격하면 미국이 핵무기로 반격하지 않는 한 남은 전투의지를 상실하기 때문에 자기 이웃에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전략핵무기는 멸망시키는 무기이지 점령하거나 통일하려는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북의 전술핵무기에 미국의 전술핵무기로 대응하느냐는 북의 전략핵무기 능력에 달려 있다. 북이 최소 200여기 핵무기를 지하, 바다 속에 숨겨 놓고 미국의 대량공격에 그 중 몇 발이라도 살아남아 미국 도시를 공격할 수 있다면 미국은 북에 대해 전술핵무기도 사용하지 못한다. 미국의 최대 우방인 프랑스와 영국도 미국이 파리나 런던을 소련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뉴욕이나 LA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봤다. 서울을 보호하려고 북에 전략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이 전략핵무기 전쟁을 두려워해 북에 대한 전술핵무기로 보복을 못한다면 북의 입장에선 재래식 무장이 뛰어난 남에게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군사적 이익이 있다. 북은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여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무력으로 남을 점령할 수 없다. 전술핵무기로 남의 월등한 재래식 무장능력을 전부 무력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점령이 가능하려면 육해군 즉 재래식 전력이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의 전투의지를 꺾고, 본때를 보여주고, 북 자신의 안위를 지킬 수 있을 뿐이다. 전술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 이르자 북이 같은 동포에게 핵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과거의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3. 어떤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


러시아, 중국, 미국에게 전략핵무기 전쟁을 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확신시킬 수 있을 정도의 소형이어야 한다. 도심 등 대량살상이 발생하여 민족 내부의 비판, 국제사회의 비판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남을 점령해 통치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반면 남 역시 북에 대해 재래식 무기로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전면전 의사가 없다는 정도의 피해를 줘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진짜 핵무기를 가졌고, 핵무기란 이런 것이니 까불지 말라의 수준이 돼야 한다. 결국 연평도 등 중화기 밀집지역 외 접경지역, 수백 명의 중형금 함정, 인명피해가 적은 상징적인 군사시설 등이 목표물이 될 수 있다. 결국 핵무기를 고성능의 재래식 무기 수준으로 최소화하여 재래식 무장의 열세를 극복하는 것이 남에 대한 중요한 군사목표이다. 


4. 실전에 사용가능한 최소형 핵무기


폭발이 일어날 수 있는 핵물질의 최소질량은 우라늄 235는 최소 15킬로로 직경 15센티, 풀루토늄 239는 최소 10킬로로 직경 10센티이며, 이론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여 다른 핵물질을 사용하면 조금 더 변할 수 있다. 미국이 1962년 실전배치한 핵탄두 W54(Mark 54 or B54)가 플루토늄 239를 사용한 가장 최소형이다. 


155미리 포탄용 핵탄두

파괴력은 TNT 10톤까지 낮출 수 있다. 히로시마 원폭 15kt의 1/1500 정도의 소규모로서 폭발력이나 방사능 피해가 인근에 있는 아군에게도 우려할 정도가 아니다. 이걸 특수부대가 주요시설 파괴용으로 배낭에 넣거나 지뢰, 어뢰로 만들거나 155미리 이상 포탄으로 만들 수 있으며 무반동포 데이비 크로켓(M28, M29 Davy Crockett Weapon System)처럼 지프에 장착할 수도 있다. 남에도 이걸 포함하여 다양한 전술핵무기가 배치된 바 있다. 


2023년 3월에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 31은 직경 50센티, 길이 90센티, 500kg으로서 5kt의 폭발력으로 추정된다. 북은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는 무기체계들도 동시에 공개했다. 해당 무기체계는 8종으로, 탄도미사일 5종, 순항미사일 2종, 그리고 수중공격무인정(해일) 1종이다.

이중 ⟪화성포-11라⟫ 신형전술유도무기와 600mm 초대형 방사포는 전방에 한정된 전술목표를 타격하는 반면, KN-23과 KN-24, ⟪화살⟫ 계열의 순항미사일, ⟪해일-1⟫ 수중무인공격정은 후방의 전략목표가 타격대상이다. 전부 유도기능, 변칙기동 기능을 구비한 것으로 알려져 정확도와 요격회피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 규모는 전면전 상황에서 지휘부, 공군부대 등 상당한 타격을 위한 것이므로 국지전이나 우발적 충돌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엄포용 전술핵이라면 이보다 더 소형화해야 한다. 북이 냉전시대 미소 수준으로 핵탄두를 소형화했는지 현재로선 알 수가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tLEAuapfwHc

방영환 열사를 죽음으로 몬 정승오 해성운수 대표 구속 재판 방청기

1. 재판 전 남부지방법원 앞 기자회견(09:30)


새로 당선된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의 인사말, 김종현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장의 규탄 발언, 방영환 열사의 따님인 방희원님의 엄벌을 간청하는 발언이 있었다. 노동당 이백윤 대표와 전장호 서울시당 위원장, 유용현 국장, 함계남 노원중랑위원장, 김장민 영등포구로금천 위원장과 당원들이 참석했다. 재판 시간이 촉박한 탓인지 노동당 대표는 발언하지 않았다. 양규서 함계남 부부의 자녀 꼬민이도 참석했다. 많은 기자들이 보도하러 왔다. 


기자회견 후 법정으로 이동했다. 법원이 법원 경비인력을 동원하여 검색을 엄격히 했다. 노조 조끼를 입고 들어갈 수 없다는 1차 실랑이가 있었다. 처음 판사가 재판 참관을 5명만 된다고 법원 직원을 통해 전달하자 꿀잠 김소연 동지가 항의하여 10명으로 조정됐다. 이후 판사가 다시 전체 방청이 가능하다고 하여 전체 들어갔다. 좌석은 30석 미만이라서 10명 미만이 서 있었다. 


2차로 노조 조끼를 입고 재판정에 들어갈 수 없다고 제지했다. 양규서 국장이 그런 규정이 어디 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대책위원회 쪽은 대부분 노조 조끼를 벗었고, 김장민, 함계남, 양규서, 이한국 당원은 조끼를 입고 입장했다. 다른 당직자들은 처음부터 조끼를 입지 않았다. 얼굴을 알고 있는 양천경찰서 정보과 사복 경찰 2명과 그 외 사복 경찰, 해성운수 쪽 인사들이 입장했다. 



2. 재판 과정


재판장이 입장하자 전원 기립한 후 앉았다. 재판장이 개정한 후 정승오 해성운수 대표가 입장할 때 내가 “아직도 반성하지 않냐?”고 외치자 정승오가 나를 째려봤고, 양규서 국장이 “뭘 째려보냐”고 외쳤다. 


먼저 검사가 정승오의 범죄사실을 읽었다. 놀라운 점은 정승오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한 관리직원 70대 배차부장에게 전치 4주의 폭행을 했다는 점이다. 정승오의 변호사가 모욕과 특수협박만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상 폭행, 집회방해, 보복운전에 대해 부정했다. 임직원에 대한 폭행에 대해 인정했으나 합의했다고 했다. 최저임금법 위반과 명예훼손은 별도의 재판으로 진행된 바 있어 언급되지 않았다. 합의금 3천만원을 공탁했다며 보석을 신청했으며 이에 대해 내가 "어떻게 처음부터 보석을 신청하냐? 뻔뻔하네"라고 외쳤다. 


변호사는 방영환 열사의 사망시기를 2022년으로 잘못 발언했다. 과거 근로계약에 따라 3시간 반짜리 월급으로 100만원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분신 원인이 정승오 범죄 이후 분신 직전의 사측에 대한 노동위원회 기각과 민사소송 패배로 인한 좌절, 민주노총의 징계에 대한 불만 등이므로 방영환 열사의 분신이 정승오와 무관하다고 했다. 변호사는 민주노총의 명예훼손과 질서를 해쳤다는 이유로 방영환 열사를 민주노총이 징계를 추진하고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고 했다. 모 인터넷매체가 민주노총의 책임이 50%라고 보도했다고 인용했다. 방영환 열사의 유서에서 공공운수와 택시지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는데, 이를 민주노총이라고 표현했다. 


중한 범죄가 아니고 일부 범죄를 자백하고, 증거인멸, 도망 등의 사유가 없다는 필요적 보석 사유를 밝혔다. 임의적 보석 사유에 있어 방영환 열사의 유서에 공공운수와 택시지부에 자신의 죽음에 대해 알리지 말라고 했으나 민주노총이 협상권한을 받았고 노조가 3억 5천 밑으로 합의할 수 없다고 고집한다고 밝혔다. 정승오가 방영환 열사에게 중대한 부상을 입히지 않고 사망과 직접 관련이 없어 위자료로 적당한 3천만원을 공탁했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는 정승오의 지속적인 괴롭힘, 폭행, 법령 위반이 열사의 분신에 직접적인 원인이고, 정승오가 상습적으로 다른 노동자도 폭행하면서도 전혀 반성이나 사과를 하지 않는 등 반인륜적 태도를 가지고 있고 범행을 부인하고 있어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봤다. 피해자 측 변호사의 발언이 있었고 이어 엄벌을 간청하는 방희원 따님의 발언이 있었다. 따님의 발언 이후 내가 응원하는 박수를 쳤다. 


재판은 40여분에 끝났고 25일로 하는 다음 기일 지정이 있었다. 내가 퇴장하면서 “보석은 절대 안 된다.”, 사망연도 2023년도 모르냐“며 정승오의 변호사를 비난했다. 


전반적으로 재판장이 사회적 파급이 큰 사건이라서 긴장하고 신중한 편이었다. 나 말고는 방청객 발언이 없었고 남성화 공공운수노조 해복투 위원장이 손을 들고 발언을 신청했으나 허락되지 않았다. 내 발언에 대해 법원 경리가 가벼운 제지만 했고 재판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동, 시국 재판의 성격상 너무 조용한 재판이었다. 대책위원회가 너무 순해 보였다. 



3. 재판 이후 소란


나는 두 차례 만남을 가진 방희원 따님과 기자회견과 법정 엘리베이터 앞에서 간단한 인사만 했다. 대책위원회가 따님에게 나와 소통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노동당도 나에게 같은 요구를 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여 대화를 할 수 없었다. 


양규서 동지가 법원 실내에서 재판 참관 사진을 찍자고 했으나 경리들이 제지했다. 건물 밖에서 남성화 위원장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는데, 그때 박상길 부위원장 겸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X새끼들, 사진 찍어 주지마”라고 소리쳤다. 나와 거리가 20미터인데 기자와 유족들이 들을 정도로 큰 소리였다. 내가 다가가 항의하자 박상길 부위원장이 욕설을 심하게 했다. 나는 욕설로 대응하지 않고 이 기회에 내 불만을 토로했다. 


나는 “3억 5천만원 요구가 창피하지 않냐, 왜 처음부터 대책위원회를 협상을 해왔냐, 법정투쟁을 그것밖에 못하냐, 민주노총이 죽였다는데 왜 가만히 있냐”라고 비난하자 흥분한 박 위원장이 욕설을 계속하면서 멱살을 잡고 밀어붙이면서 때릴 듯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속이 시원하냐 노동당 조끼를 벗으라고 소리쳤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기자들이 촬영까지 했으니 큰 불상사다. 


나는 이틀전 이삼형 택시지부 정책위원장 겸 대책위원회 협상대표에게도 욕설을 들었다. 대책위원회 핵심인 이들은 사측과의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사측이 열사의 죽음이 민주노총 때문이라면서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측이 그런 사실을 안 것은 나와 방영환 열사의 지인들이 방영환 열사의 유서를 공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사가 택시지부의 탄압을 받았고, 공공운수노조와 노동당이 방관하면서 고립에 동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열사의 유서에 “공공운수노조와 택시지부에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표현된 것이다. 자신들의 잘못이 문제이지, 그런 잘못을 비난한 열사의 유서나 그 유서를 공개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괜한 화풀이를 한다고 본다.

2024년 국제 분쟁 전망

1)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의회에서 외교안보 문제에 영향력이 큰 상원은 민주당이 우세하고 예산지출권을 가진 하원은 공화당이 우세하다. 공화당은 전쟁비용보다 국내 문제에 예산지출을 늘리라는 입장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두개의 전쟁을 모두 지원할 수 없으니 우크라이나 전쟁 지출을 못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현재로서는 이민문제와 국경 문제에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전쟁예산을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지가 시들해지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유럽의 지원 역시 축소가 논의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현실적이라면 늦어도 공화당 후보가 결정돼 양당 대결이 격화되는 초여름부터 전쟁 중단에 대한 협상이 가시화돼야 한다. 

반면 선거리스크가 없는 러시아에서 엘친은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높은 인기도를 앞세우고 전쟁을 강행하고 있다. 전쟁할 정도로 대규모 지원이 없다면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결국 최종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종결이 시급한 미국은 크림반도를 포함하여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러시아가 병합하는 것을 방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서방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젤렌스키를 어떻게 압박하고 설득하느냐의 문제이다. 코리아 전쟁이 정전협정으로 중단돼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화됐듯이, 우크라이나도 종전을 할 수 없으나 최소한 정전(휴전) 형태로 사실상 전쟁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즉 우크라이나 분단이 현실화될 수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설득할 수 있는 양보조건으로 유럽연합과 나토의 우크라이나 가입을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묵인하는 협상안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서방은 전후 발전을 한 서독, 한국, 대만 등의 예를 제시하면서 강력한 우크라이나 재건계획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 가입은 러시아가 승인한다고 해도 터키 가입 논란에서 보듯이 우크라이나와의 경제 격차에 따른 경제적 부담 문제 때문에 유럽연합 전체의 만장일치를 얻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즉 유럽연합 가입 문제는 러시아가 묵인하되 헝가리 등 친러 국가를 통해 유럽연합 가입을 방해하는 우회로를 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20%를 가져간다고 해도 쉽지 않은 문제이나 양국관계가 적대적으로 전환되고 유럽연합 가입 문제와 달리 나토 내부 갈등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가 언제까지 막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젤렌스키가 전쟁중단 협상에 반대하면 코리아전쟁 종결 당시 이승만의 지위와 유사해질 수 있다. 서방은 젤렌스키를 협상에서 제외하든, 아니면 실각 시나리오도 고려할 수 있다. 

관련하여 2024년 4월까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가 결선투표를 포함하여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계엄령을 통해 모든 선거를 중단한 상태이다. 현재 미국과 서방은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선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항마를 검토하면 우선 포로셴코 전 대통령은 2019년 대선 결선에서 패배한 바 있다. 젤렌스키가 포로셴코의 서방 방문을 금지할 정도로 포로셴코의 서방과의 접촉을 경계하고 있다. 젤렌스키와 불화설이 돌고 있는 잘루즈니 총사령관 역시 잠재적인 후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고 서방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젤렌스키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 서방과 야권이 동시에 선거를 요구하면 젤렌스키는 협상을 수용하고 재선에 나가는 것이 차선이다. 현 상태를 계속 고집하면 우크라이나 정정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서방의 지원 외면으로 전쟁동원력이 바닥을 치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갈수록 협상 여론이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의 분노를 식혀줄 희생양과 보상이다. 젤렌스키의 대항마들이 서방과 결탁하여 젤렌스키를 희생양으로 삼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보상을 얻어낼 수 있다.



2) 팔레스타인 전쟁


2022년말 15년간 집권한 네타냐후가 극우정권의 수장으로서 재집권했다. 하지만 사법부 권한을 약화시키는 반민주적 조치로 이스라엘 역사상 초유의 대규모 시위사태를 야기했다. 위기에 빠진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인한 전쟁이 시작되자 서방과 국내의 지지를 회복하고 하마스 근절을 목표로 전쟁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희생자의 10배가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자, 서방이 전쟁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인질구출 작전이 성과가 없고, 인질에 대한 오인사격이 발생하자 국내 지지도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방송국 여론조사에서 76%가 네타냐후의 퇴진을 원하고, 64%는 전쟁을 끝내고 총선을 치뤄야 한다고 답변했다. 1월 1일 대법원이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네타냐후의 법안에 대해 무효 결정을 하면서 네타냐후는 더 궁지에 몰리고 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 근절,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점령통치, 서안지구에서 정착촌 확대 등 강경책으로 민심을 사려고 하지만 성과가 없다. 인구 밀집지역의 민병대적 성격의 하마스를 근절하려면 민간인의 대량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촌 확대를 통한 팔레스타인 축출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의 살인적인 가자봉쇄로 인해 반이스라엘 정서가 고조되면서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대한 지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대한 지지보다 높다. 이슬람 세력 안에서 강경파가 득세하고 팔레스타인의 저항이 확산되면서 민간인 학살 수준을 각오하지 않는 한 가자지구에서 점령통치가 곤란하다. 네타냐후의 정착촌 확대 정책은 하마스의 습격을 오히려 구조적으로 정당화하는 요인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유엔과 미국은 온건한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통해 2개 국가안을 유지하고 있어 이스라엘과 입장이 다르다. 네타냐후의 강경책은 중동에서 분쟁을 관리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타격을 주고 있다. 가자 전쟁으로 중동에서 반미정서가 고조되면서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 같은 친미 회교국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이 훼손되고 있다. 

아브라헴이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조상이라는 기치 아래 이집트와 요르단에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한 아브라헴 협정을 사우디 등에 확산시키려는 미국은 난처한 입장이다. 

팔레스타인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팔레스타인 인접국가 이집트와 같은 친미국가들마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가자전쟁이 이란과 같은 시아파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거점을 두고 있는 레바논으로 확전된 것에 보듯이 가자전쟁은 잘못하면 중동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2023년 10월 카이로에서 중동국가 정상, 유엔사무총장, 유럽정상, 남아공 정상, 그리고 중러와 일본의 대표단이 모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나 입장 차이로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참석했지만 입장이 난처한 이스라엘과 미국은 전쟁중단 압박을 회피하고자 불참했다. 중동국가들은 강경발언을 한 반면 서방국가들은 우회적으로 이스라엘과 미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가자전쟁이 악화되면 중동의 정상들이 다시 모여 강경한 입장을 논의하면 서방은 이스라엘을 더욱 압박할 수밖에 없다 

이미 이집트 정부가 군사작전 중단, 양쪽 인질과 수감자 교환(1단계), 하마스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정파들이 참여하는 통합 과도정부 구성(2단계), 이스라엘 인질 전원 석방과 이스라엘 철군(3단계) 등으로 구성된 3단계 평화협상안을 제시했다. 

이스라엘 역시 무리한 목표를 사실상 철회하고 위험을 관리하고 하마스의 재건을 막는 저강도전쟁을 할 수밖에 없지만 실익이 별로 없다. 신년 초에 이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철군을 시작해 저강도 전쟁으로 전환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팔레스타인 전쟁의 근본원인을 미국의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중동에서 반미전선을 시도할 수 있다. 2023년 11월 남아공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에서 시진핑과 푸틴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면서 중동국가 편을 들었다.

하마스의 배후에 있는 이란은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란은 반미전선의 선봉장을 자처하면서 미국과 핵협정(JCPOA) 복원 협상에서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시리아의 친이란 무장세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저강도 전쟁을 유지할 수 있다.



3) 대만 대치


대만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공급망 봉쇄의 전초기지이자, 군사적으로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대만과 방위조약을 맺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의 대만전쟁 개입의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 국내법상 '대만관계법(Taiwan Relations Act)'은 대만의 자위력 유지를 위한 대만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무기 제공 및 대만 고위인사의 방미 허용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군사동맹이 아니라 자동개입 의무는 없다. 

또한 대만에 공식적으로 미군이 없으므로 중국의 대만 침공시 과거 미군이 대치된 한반도의 휴전선처럼 미군이 자동으로 직접 개입하는 인계철선(引繼鐵線, tripwire)은 없다. 따라서 미군은 국회로부터 전쟁수권을 받아야 하나 긴박한 사정을 고려해 베트남 전쟁의 통킹만 사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즉 대만해협 등 충돌지역에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미 군함을 진입시켜 중국의 공격을 유도하여 정당방어를 이유로 대만전쟁에 개입하는 것이다.

중국과 미국은 모두 하나의 중국, 그리고 대만이 독립하지 않는 한 현재 대만의 지위를 보장한다는 현상불변에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중국은 홍콩, 마카오의 사례에서 보듯이 연방제와 유사한 일국양제로 평화적으로 통일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중국은 미국이 현상불변 합의에 위반하여 대만 독립을 부추긴다고 격앙돼 있고,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하여 현상불변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은 대만 독립을 유도하지 않지만 대만이 독립하려고 한다면 대만의 자결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입장이 외세에 의한 현상 파괴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대만 독립에 우호적인 고위층을 공식적으로 파견하고 2005년부터 해병대와 특수부대를 비밀리에 배치해 2023년 초 200여명으로 증강된 상태이다. 

현재 바이든은 대만전쟁에 군사적 개입을 하겠다고 공언한 반면 트럼프는 중국과 대만으로부터 반대급부를 받기 위해 전략적 모호성을 선호하고 있다. 대가가 없으면 개입을 안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의 대만 개입이 날로 현실화되는 가운데 중국은 대만전쟁에 대비하여 이미 군함 수에 있어 미국을 능가했다. 미국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이 2031년까지 5척의 항공모함, 10척의 핵미사일 탑재 원자력 추진 잠수함(SSBN·전략핵잠수함), 190대 이상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할 예정이다. 

대만 전쟁 시기에 대해 미국과 대만의 대선이 있는 2024년부터, 시진핑이 4선에 도전해야 하는 2027년까지 회자되고 있다. 2024년 1월 13일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를 앞두고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5% 내외 앞서가고 있으며,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추격하고 있고, 민중당 커원저 후보가 20% 내외의 지지율로 3위를 유지하고 있다. 민진당이 승리하면 중국의 압박이 강해지고 대만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요구하는 등 미중관계가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커원저 후보 측도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고 있으며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따라서 후보단일화가 되면 국민당이 승리한다. 후보단일화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1250명의 유권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허우유이 후보와 라이칭더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31%로 동률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에 거주하는 대만인은 전체 인구의 약 5%에 해당하는 120만명 수준이며 대부분 국민당을 지지한다. 다만 대만은 부재자 투표 제도가 없어 모든 투표를 대만에서 직접 해야 한다. 국민당이 승리한 2012년 선거에서도 본토 거주 대만인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민진당은 이미 8년 동안 집권했기 때문에 정권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 국민당이 집권하면 양안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대만 위기는 수면 밑으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러 권력지형에 따른 국제정세의 가변성

 미중러 권력지형에 따른 국제정세의 가변성


1) 미국의 권력지형과 대외정책


미국이 국익을 추구하는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은 국내 문제에 주력하는 고립주의, 해외 문제에 개입하려는 팽창주의가 있다. 또한 경제적 이익이나 영토 확장 등 단기적인 국익을 추구하는 현실주의,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인권, 기독교 등 미국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가 있다. 이상주의자들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식 국가를 건설하는 네이션빌딩에서 보듯이 미국식 체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많은 돈과 인명을 희생한다. 국제연맹과 국제연합이 대표적인 이상주의와 개입주의(팽창주의)의 산물이다.

고립주의는 보통 국내 문제에 주력하고 단기적 이익이 없는 해외 문제에 대한 개입을 기피하는 현실주의 입장을 지닌다. 하지만 고립주의자라도 영토 확장, 미국인의 생명이나 재산과 관련돼 분명한 국익이 있다면 언제든지 팽창주의 입장으로 돌변할 수 있다. 이때 고립주의자들의 대외팽창은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국수주의적 입장을 보여준다. 트럼프와 같은 고립주의자들도 단기적인 미국의 국익이 분명하다면 해외 전쟁에 개입하며 이때는 쿠바 침공이나 필리핀 침공처럼 잔인한 식민지정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즉 일반적으로 현실주의 - 고립주의, 이상주의 -팽창주의의 관계를 보이나 뚜렷한 국익 앞에서는 그 경계가 무너진다. 미국이 1차 대전에서 유럽을 구하고 국제연맹을 시도하다가 실패했다. 2차 대전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지배하고 국제연합을 주도했다. 

미국이 2차대전 이후 국제연합을 주도함으로써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세계경찰의 임무를 자임하는 것이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국익이라고 인식했다. 즉 대외정책에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정치군사적으로 코리아전쟁, 베트남전쟁,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하여 군사적 개입에 대한 회의감이 고조되고, 중국의 경제적 추격 속에서 미국의 국가경쟁력에 대한 투자가 우선순위로 부상하면서 세계경찰로서 비용부담이 증가했다. 

이에 미국의 국익은 국내 문제 해결이라는 현실주의와 해외 전쟁은 돈과 인명만 희생시키고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고립주의의 전통적 결합이 설득력을 지니게 됐다. 굴뚝산업의 쇠퇴, 불법 이민의 폭증 등에 불만을 지닌 화이트 칼라, 백인 저소득층이 대표적인 고립주의와 현실주의 입장이다. 

트럼프는 이 부분을 치고 들어 온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의 부상은 비주류 괴짜의 일회성이 아니라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기득권 주류에 대한 불만이라는 물적 토대를 지니고 있다.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기존의 개입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다시 미국으로” 기치 아래 국내 문제 해결을 내걸고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트럼프의 대항마로 기대되는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포함하여 공화당 주류가 개입주의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경선에서 트럼프의 대항마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지사 디샌티스가 돌풍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도 미국 주류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부통령 펜스가 반 트럼프를 외치며 도중하차한 것에서 보듯이 미국 대선은 공화당 대 민주당이 아니라 트럼프 대 주류의 구도이며, 공화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정권을 전복하기 위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고 공화당의 기득권 지도층은 불만에 가득찬 상태에서 끌려가고 있다. 남성, 백인 보수층에 기반을 둔 공화당은 유색인종이 확산되는 유권자 분포도에서 민주당에게 밀리는 형국이었는데, 민주당에 기울어졌던 백인 하층이 공화당을 지지하면서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미국 대선은 전쟁에 대한 싫증과 불만, 고금리와 고물가, 이민 등 국내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의 출구전략 등을 쟁점으로 한다. 트럼프는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류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이는 미국 일반 유권자의 다수 민심이다. 공화당 주류가 입장변화를 하지 않는 한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다. 

현재 트럼프의 지지율이 바이든보다 높으나 양당제 아래에서 선거막판은 인물대결보다는 정당대결이라서 큰 격차를 내기 어렵다. 미국이나 한국 모두 양당제에서 각 당은 35% 수준의 고정지지층을 지니면서 30% 미만의 부동층이 양분되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5% 이내에서 승부가 갈린다. 실질적으로 2-3%를 놓고 싸운다. 또한 미국의 대선은 각주의 선거인단 승자독식이므로 고어나 힐러리 후보처럼 전체 지지율이나 득표율이 높다고 해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패배할 수 있다. 따라서 몇 개의 경합주에서 승부가 난다. 

양당제의 과열로 인해 2024년 대선에서 경합주(스윙스테이트)가 네바다,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6개로 축소된 상황에서 11월 초 여론조사에 따르면 선거인단이 10명인 위스콘신 주에서 바이든이 2% 차이로 승리한 반면 선거인단이 67명의 나머지 5개 중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 지지율 격차도 평균 6%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2020년 대선에선 바이든이 6곳 모두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이 선수를 바꾸기도 어렵다. 정치전통에 따라 바이든이 출마를 포기하지 않는 한, 설사 바이든의 패배가 분명해지더라도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가 된다. 고령의 바이든이 고금리, 전쟁 출구 등의 문제에 전격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고, 바이든이 입장을 전환한다고 해도 시기를 놓쳐 승산이 높지 않다. 바이든의 입장에선 국내외 정책을 소신대로 끌고 가서 명예롭게 패배하거나 노선변화를 통해 재임이라는 도박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양당제는 국회와 여론을 양분시켜 탄핵제도 역시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클린턴, 트럼프의 사례에서 보듯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는 탄핵도 하원에서 정치공세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화당은 하원에서 바이든 일가의 우크라이나 커넥션을 중심으로 한 탄핵 표결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상원에서 최종적으로 부결되더라도 바이든 일가의 부패 의혹이 공론화되면 대선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불복, 반역, 탈세 등 모든 형사문제를 자신이 보수적으로 구성한 연방대법원에 상소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따라서 대선 때까지 사법 문제로 낙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구도가 본격화되면 고금리, 이민, 전쟁 출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오바마 - 바이든의 정책을 번복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낮추고 이민정책을 강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을 매듭지울 것이다. 러시아, 북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을 더욱 압박하고 시오니즘을 지지하면서 이란과 대치할 것으로 보인다. 



2) 중러의 권력지형과 대외정책


시진핑과 푸틴의 공통점은 강한 리더십으로 미국과 어깨를 겨뤄 민족주의를 고무하면서 장기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시진핑은 당 규약의 정년제와 헌법의 연임금지 조항을 폐지하면서 2022년 10월 당 주석에, 2023년 3월 국가 주석에 3차례 연임했다. 

미국에 굴욕당한 엘친은 강경파 푸틴을 후계자로 삼으면서 미국에 복수했다. 푸틴은 초기에 엘친의 정책을 계승하면서 유럽연합과 나토가입 등 유럽화 정책을 추구했으나 미국에게 철저히 배제당한 이후 미국과 겨눌 수 있는 강한 러시아로의 복귀라는 민족주의 노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푸틴은 1999년부터 지금까지 대통령-수상을 번갈아 가면서 러시아의 최고지도자로서 군림하고 있다. 30여년을 집권한 스탈린보다 더 오래 집권했지만 러시아에서 인기는 여전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24년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면 6년 임기를 두 차례 거쳐 84세인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86세까지 집권하므로 푸틴의 사실상 종신 집권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미중러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고려할 때 최소한 올해 선거에는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지도력이 불안한 반면 중러의 지도자는 장기집권의 목적을 사실상 달성했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이며 선택의 폭이 넓다. 이제부터 굳이 민족주의에 호소할 필요 없이 탄력적인 정책을 구사할 수 있다. 즉 국내 지지기반을 무리하게 확장하기 위해 굳이 강경책을 쓸 필요가 없다. 중러는 현실주의 입장을 강화하면서 미국이 거부하지 않는다면 미중러 협력시대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미국이 강경책으로 나온다면 중러협력을 강화하고 북, 이란과 같은 미국의 도전국을 지원하겠지만 그건 미국의 화해제스처를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시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서방의 나토에 대항하여 공동의 군사훈련까지 한 바 있는 상하이협력기구는 2023년 7월 인도 모디 총리 주재로 정상회의를 열어 이란을 9번째 회원으로 승인했다. 3월에는 사우디가 대화 파트너 지위를 획득했다. 2023년 중러는 6차례 군사훈련을 실시했으며 이는 20년 만에 가장 많은 횟수이다. 주요 지역은 한반도, 대만, 동중국해이며 인도가 들어 있는 쿼드를 겨냥해 서태평양도 포함됐다. 

중러가 주도하는 경제공동체 브릭스는 2023년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사우디,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아르헨티나,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6개국을 회원으로 승인했다. 이러한 행보는 중러의 협력이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로 확대되고 있으며, 인도를 반중기지로 삼으려는 미국의 시도가 무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러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미국의 진영논리에 대응하여 서방식 민주주의와 대비되는 인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장기집권을 정당화하는 파트너 의식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민주주의 동맹에 맞서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 등에서 주도권을 강화할 것이다. 


주체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 정세

 2024년 국제정치 정세


김장민(정치경제학연구소 프닉스, 정치학 박사)



I. 국제정세 구도


1. 주체 중심으로 한 정세 구도

1) 주축 정세(패권 정세)

2) 하위동맹들 정세


2. 지정학을 중심으로 한 정세 구도


II. 쟁점별 정세


1. 미중러 권력지형에 따른 국제정세의 가변성

1) 미국의 권력지형과 대외정책

2) 중러의 권력지형과 대외정책


2. 국제 분쟁

1) 우크라이나 전쟁

2) 팔레스타인 전쟁

3) 대만 대치



I. 국제정세 구도


1. 주체를 중심으로 한 정세 구도


1) 주축 정세(패권 정세)


국제정치 정세는 주체 측면에서 주축들 간의 정세, 주축들의 하위동맹들 간의 정세로 나눠 볼 수 있다. 지정학적으로는 세계정세와 국지정세로 구분된다. 

주축들 간의 정세는 세계의 지배자인 미국을 중심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구도는 미국 1강(패권자), 러중 2중(경쟁자), 협력적 부상국(인도), 저항적 부상국(북, 이란)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의 시진핑이 장기집권을 가시화하면서 경제적 군사적 추격을 가속화하자, 미국은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려고 중국에 경제전쟁을 선포하고 타이완을 중심으로 군사적 갈등을 고조시켰다. 미국의 이런 입장변화는 미국의 근본적 이해관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 역시 이러한 기조를 유지했다. 

일부에서 이를 미중 신냉전이라고 과대평가했으나 착시에 불과하고 미중협력시대 즉 미중분업의 조정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관계를 경쟁적 협력자로 정립하고 일시적인 디커플링(미중 협력관계 해소)에서 후퇴하여 디리스킹(중국의 추격 지연)으로 규정했다. 무엇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엑손 등 미국의 대자본의 최고경영자가 시진핑을 방문 면담함으로써 거대한 중국시장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시진핑의 강한 중국에 이어 푸틴의 강한 러시아로의 회복이 가시화되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견제했다. 그 부작용은 오히려 중러협력시대를 가속화시켰고 미국은 이러한 강한 드라이브 정책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러 협력시대를 제한적으로 회복시키려고 한다. 

미중러 간의 경쟁과 갈등, 제한적 협력으로 나타나는 주축들 간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타이완 긴장 등은 미중러 모두에게 부담이기 때문에 2024년에는 이러한 대결에서 벗어나려는 출구전략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물가, 이민 문제 등 국내 문제가 올해 미국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민주당조차 출구전략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2024년 주축정세는 제한적 미중러 협력구도가 안정화되기까지는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미국 중심의 3강(미중러)의 대치와 협력이다. 인도는 미중러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강대국들의 대치를 활용하고 자신을 축으로부터 배제하려는 미중러에 저항하면서 독자적인 축으로 위치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러시아의 값싼 원유를 대량 구매한 것에서 보듯이 미중러의 경쟁구도에서 독자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즉 미중러인의 4강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 인도의 복안이다. 이미 두 차례 국경분쟁에서 전투에서 이기고도 철군하는 중국의 행보가 보여주듯이 중국이 인도를 주적으로 삼는 것을 기피하는 원칙을 지니고 있고, 인도 역시 4강 시대를 열려면 중국과 인도의 대결구도라는 기존의 태도를 수정할 것이다. 즉 2차례 중국과의 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미국에 의존해서 중국에 복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의 자리에 올라 미중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인도는 중국을 누르고 세계 1위의 인구대국에 올라 미래의 잠재적 성장력이 최고수준이다.

미국 입장에선 중러협력에 맞서느라 여력이 없기 때문에 북, 이란과 같은 저항국가들을 현 상태에서 관리하고자 한다. 즉 유령 취급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은 생존과 발전을 위해, 이란은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해 미국에 대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양국은 핵전력 강화, 중러와의 협력에 편승하면서 지역적 반미전선을 가시화하는 등 과감한 전술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2) 하위동맹들 정세


주축들 간의 협력이 강조되더라고 하위동맹들은 국제분쟁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주축의 하위동맹들은 주축의 패권 정세의 수단이기 때문에 주축에 종속돼 있다. 미중러는 경쟁과 협력을 하면서 하위동맹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한다. 

미국은 원자력발전소에서 러시아산 우라늄을 수입해 오다가 이중플레이라는 국내외 비판에 직면하여 2023년말 하원에서 이를 금지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게 값싼 경공업 제품을 미국 소비자에게 제공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은 중러와 필요하면 협력을 하면서 호주, 일본, 한국, 대만에게 중러와 경제적으로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 나아가 하위동맹들에게 미국의 군사적 이익에 복종할 것을 강요하여 중러와 정치군사적 긴장 관계를 조성하도록 한다. 

호주는 미국의 이런 요구에 복무하다가 경제적 손실이 커지자 2023년 11월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회복에 합의했다. 반면 한국과 같이 내부적 민주주의 정당성이 낮거나 자주권이 제약된 하위동맹들은 미국의 요구에 저항할 수 없기 때문에 중러와 냉각관계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의 하위동맹들이 외교적 자주권이 없기 때문에 이들과 중러와의 관계는 미국의 포위작전을 벗어나려는 중러에게 주도권이 있다.

미국에 종속된 하위동맹일수록 중러와 긴장 나아가 극단적으로 전쟁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유럽을 러시아로부터 떼어놓으려는 미국의 대러전략에 희생된 결과이다. 날로 우려되는 대만전쟁도 같은 연장선이다. 남한을 중러와 단절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따라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동아시아에서 실제 전쟁보다는 군사적 긴장을 통제하는 선에서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2. 지정학을 중심으로 한 정세 구도


세계대전은 발생하지 않지만 국지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중러의 신냉전은 과도한 평가이나 국지적 냉전은 현실이다. 국지전은 미국의 의도에 따라 혹은 미국의 약한 고리를 노리는 도전국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의도한 국지전이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전쟁은 구조적으로 미국의 중동정책의 부산물이지만 직접적인 촉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취약해진 미국의 틈새에 고무된 하마스의 저항이다. 팔레스타인 전쟁처럼 미국이 직접 의도하지 않은 국지전의 경우 이스라엘 및 이란과 같은 지역 맹주가 상대적인 자율권을 갖고 있다. 

한반도의 경우 미국은 군사긴장을 관리하기 위해 남한에 군사적 보증을 공언하면서 미국이 통제 못하는 돌발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은 정치군사적인 주도권을 확장할 수 있다. 미국이 두 개의 전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조건에서 북은 핵전력을 고도화하는 속도를 높일 것이며, 냉온탕을 번갈아 가면서 군사적 긴장의 조성 수준을 관리할 수 있다.

롬니 상원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남한의 핵무장 여론에 대해 언급

 https://youtube.com/shorts/Uos-MF3w6Z8?si=vuDB_LlLDbLhVePq


지난 10월 4일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 태평양 소위’는 “한반도에서 국가안보”라는 주제로 청문회를 열었다. 청문회에서 의원들과 초빙된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 남한의 핵무장 여론 등 현안을 다뤘다. 특히 참석자들은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한 북핵 폐기” 정책이 사실상 파탄난 점, 북한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이 모두 소진된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과거 공화당 대선후보로 나서 오바마에게 패배한 적이 있는 롬니 아태 소위 공화당 간사는 기조 발언에서 남한의 핵무기 보유 문제에 대해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내가 만일 핵무기를 쌓아두고 있는 북한 옆 남한에 살면 북핵에 맞설 수 있는 내 핵무기가 없어 불안할 것 같다.”


롬니 의원의 지적처럼 북한의 핵무기에 대한 남한의 불안과 그에 따른 남한의 핵무기 개발 여론을 무마시킬 미국의 묘안이 없다. 남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남한은 주한미군이 없어도 재래식 무기, 핵무기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서게 된다. 자주국방이 실현되면 주한미군 철수 여론이 거세지고 남북끼리 핵전쟁을 할 까닭이 없다. 결국 외세 개입 없는 남북교류와 통일논의가 이어지게 된다. 남북이 핵무장하면 일본의 핵무장도 기정사실로 되고 이러한 핵무기 확산은 핵무기 독점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세계 지배에 치명적이다. 


그렇다고 남한의 보수세력이 주장하듯 미국의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무장 완성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 북한은 “북핵 폐기”라는 수세에서 벗어나 “북미 핵 군축”을 주장할 것이다. 또한 북한이 핵무장 포기의 대가로서 주한미군 철수, 한반도 문제 개입 중단 등 베트남 평화협정 수준의 요구를 할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은 기술적으로 한반도 밖에서 미사일이나 전략폭격기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해 핵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핵군축 논란을 감수하면서 남한에 핵무기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 유럽과 한반도의 상황이 이렇게 다르므로 유럽식으로 핵무기의 발사권한을 공유하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주장은 순전히 국내 여론용 발언이다. 


미국이 재래식 잠수함 기술을 주겠다는 프랑스를 제치고 호주에게 핵잠수함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한 사례를 남한에 적용할 수 없다. 미국은 전략무기를 공유할 수 있는 파트너 급 동맹과 단순히 방어를 약속한 조약 동맹을 엄격히 구분한다. 남한처럼 전쟁을 통해 미국의 전략무기가 노획되거나 심지어 통일을 통해 미국의 전략무기가 넘어가는 상황을 용인하지 않는다. 엥글로색슨의 영국, 호주 등 오커스와 남한은 동급이 아니다. 


결국 북한의 핵무장에 대한 미국의 유일한 정책대안은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인정하고 전쟁종결, 불가침, 관계정상화를 거쳐 북한이 핵무장이 필요 없는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이런 방안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장 고도화에 속수무책인 것이다. 


이날 청문회에서 강경파로 알려진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북한 및 북한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심지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를 요격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11월 23일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한 후 “미국이 북한의 인공위성을 요격하면 북한도 미국의 인공위성을 요격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북미간의 미사일 요격전은 핵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무장 완성은 냉전 붕괴 이후 가장 실패한 미국 외교정책이다. 미국의 정치인과 전문가에게 지우고 싶은 현실의 악몽이다. 북한이 무기급 핵물질을 농축시키고 미사일을 개발하고 심지어 미국 본토에 대해 기습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할 때까지 미국의 정치인, 전문가, 언론들은 북한의 실험이 실패했고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했다고 거짓말을 해왔다. 물론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실패했다는 북한의 각종 실험은 몇 년이 지나면 더욱 고도화된 형태로 반복됐다. 


현실이 이렇지만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은 변화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전쟁을 종결하고 평화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 미국이 남한을 중국 및 러시아를 봉쇄하는 전초기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필요하고 주한미군의 정당성을 선전하려면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반을 상실해가는 남한의 보수세력 역시 민주화 진영과 진보진영에 대한 이념공세를 통해 권력을 유지하려면 남북대결과 주한미군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과 평화적 관계를 수립할 것을 거부하고 있다.